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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과 풍경 ♣/머무르고 싶은 날의 풍경

들국

by 별스민 2011. 10. 6.

 

 

                                                 들국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 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있으면

뭐 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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