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가을
김재원
시월이 낙엽 몇 잎만 남기고
계절을 끝내려는 속내를 드러냈을 때,
가을은 서둘러
떠나기 시작했다.
이별마저 데리고 가을이
우리들 곁에서
눈길도 주지 않고
떠나고 있을 때
자고 나면 떠나고 없을 사람처럼,
눈물조차 남기지 않고
떠나고 없을 사람처럼,
가을이 우리 곁을 떠난 뒤
이른 아침에 문득 발견한
새소식 같은
싸늘한 첫얼음.
첫얼음이 다가오는 썰렁한 밤을
아내 혼자 새우게 하지 말라.
떠나는 가을이 눈물임을
아내가 배우게 하지 말라.
가을에,
아내는
책갈피에 감춰진 은행잎보다 아름답고
그 가슴은 이미 다가오는 겨울을
따스하게,
당신을 위해 준비하고 있으니......
'♣ 시와 긴글 짧은글 ♣ > 시가 있는 풍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날이 오면 (0) | 2011.11.30 |
---|---|
맑은 날 (0) | 2011.11.30 |
나팔꽃 (0) | 2011.10.29 |
꽃덤불 (0) | 2011.10.06 |
작은 들꽃 3 (0) | 2011.09.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