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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모란이 피기 까지는

by 별스민 2024. 4. 22.

 

 

모란이 피기 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 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의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가고 말아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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