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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한 잎의 여자

by 별스민 2024. 4. 21.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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