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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무지개

by 별스민 2018. 9. 6.

 무지개 사냥   
         박건호


어느 날 문득  
나는 거울 앞에 서서 타인을 바라본다
거기에는 내 모습이 없다
낯선 표정 위에 바람이 불고  
어느덧 나는 이방의 거리로 밀려온다

무지개를 잡으려고 쫓아가다가 숲을 잃어버리고
지금은 도시 한복판에 서있다  
화려할수록 초라해지는 자신을 느끼며 누군가를 불러본다  
혼자라는 것은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옆에 앉아서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집착하지 말자 우리가 아는 것은 허상이고
우리가 쫓는 것은 욕심이다  
사랑도 결국은 흘러가는 것
우리는 날마다 사랑을 확인하면서도 조금씩은 목말라 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뱀의 껍질 같은 순간들을 남겨둔 채
모든 것은 사라지고
여기에 남은 것은 그리움일 뿐이다


나는 우연히 만난 옛사람의 표정에서
죽어가는 시간들을 본다
그러나 하늘에 무지개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나는 오늘도 개울 건너 무지개를 향하여
활시위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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