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나귀의 獨白 - 조 병 화 - 얼마나 나는 네게 적응하려 했을까 긴 세월을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골몰하면서 얼마나 나는 네게 적응하려 했을까 비굴일 만큼 창피일 만큼 굴욕일 만큼 참으며, 견디며, 온힘 다하여 그 욕설을 풀며, 삭이며 얼마나 나는 상처진 가슴을 살아 왔을까 먼 먼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태어나올 때 그것이 내게 주어진 약속인 양 생각을 하면서 어쩔 수 없는 그 생애를 살며 아, 얼마나 나는 네게 적응하려 했을까 단 한번이라도 널 풀어놓고 날 풀어놓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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