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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서산나귀의 獨白

by 별스민 2008. 4. 9.
서산나귀의 獨白 
      - 조 병 화 -
얼마나 나는 네게 
적응하려 했을까 
긴 세월을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골몰하면서 
얼마나 나는 네게 적응하려 했을까 
비굴일 만큼 
창피일 만큼 
굴욕일 만큼 
참으며, 견디며, 온힘 다하여 
그 욕설을 풀며, 삭이며 
얼마나 나는 
상처진 가슴을 살아 왔을까 
먼 먼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태어나올 때 
그것이 내게 주어진 약속인 양 
생각을 하면서 
어쩔 수 없는 그 생애를 살며 
아, 얼마나 나는 
네게 적응하려 했을까 
단 한번이라도 
널 풀어놓고 
날 풀어놓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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