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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여백

by 별스민 2024. 3. 8.

 

 여백

 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 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 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 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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