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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by 별스민 2021. 8. 2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백창우

나 정말 가벼웠으면 좋겠다.

나비처럼, 딱새의 고운 깃털처럼 가벼워져

모든 길 위를 소리없이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내 안에 뭐가 있기에 나는 이렇게 무거운가
버릴 것 다 버리고 나면
잊을 것 다 잊고 나면 나 가벼워질까

 

아무 때나 혼자 길을 나설 수 있을까

사는 게 고단하다
내가 무겁기 때문이다


내가 한 걸음 내딛으면 세상은 두 걸음 달아난다
부지런히 달려가도 따라잡지 못한다
다 내가 무겁기 때문이다
나 정말 가벼웠으면 좋겠다

안개처럼, 바람의 낮은 노래처럼 가벼워져
길이 끝나는 데까지 가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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