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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폭설

by 별스민 2018. 1. 7.


폭설 박이화 밤새 보태고 또 보태어 쓰고도 아직 못다한 말들은 폭설처럼 그칠 줄 모릅니다

우리, 그리움에 첩첩이 막혀 더 갈데 없는 곳까지 가볼까요? 슬픔에 푹푹 빠져 헤매다 함께 눈사태로 묻혀 버릴까요? 나 참 바보 같은 여자지요? 눈오는 먼 나라 그 닿을 수 없는 주소로 이 글을 쓰는 난 정말 바보지요?

그래도 오늘 소인까진 어디서나 언제라도 유효하면 안 될까요? 끝없이 지루한 발자욱처럼 눈발, 어지럽게 쏟아지는 한길가 빨갛게 발 시린 우체통이 아직 그 자리를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군요

한편에선 쿨룩이며 숨가쁘게 달려온 제설차가 눈길을 쓸고 거두어 위급히 병원 쪽으로 사라집니다

아, 그렇군요 내 그리움도 이렇게 마냥 응달에 쌓아 두어선 안 되는 거군요 아직 남은 추위 속에 위험한 빙판이 될 수 있겠군요 슬픔에 몸둘 바 몰라 저 어둔 허공 속 지치도록 떠도는 눈발처럼 나, 당신 기억 속에 쌓이지 말았어야 했군요

그러나, 그러나 그 사랑이 전부이고 다인 나에게는 해마다 어디로든 추운 겨울은 오고 큰 눈 도무지 그치지를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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