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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가시 나무 입춘

by 별스민 2015. 2. 22.

가시나무 입춘

      김영천


채 겨울도 떠나지 못한 들판에서
미리 푸른 것들이야 계절의 전령으로 치지

오메, 벌써 봄인갑다, 그리 오두방정으로
좌정치 못하고 들썩거리기 시작할라치면
이제 돌아오는 봄을 어찌 다 견디겠는가

 

낮고 볼품없는 밭두렁이나 언덕배기로부터
코딱지풀꽃이나 냉이꽃, 술꽃들이 서둘러 피어나면
듬성듬성 이름도 설운 오랑캐꽃이 또 피어나고

그러다 환장하도록 노오란 빛깔의 꽃들이
폭포처럼 쏟아져내릴 터라
미리 조심스럽다

 

매양 사는 꼴이 똑같아
하나도 더 나아지는 법이 없어
늘 초라하고 곤란하면서도
어찌 봄을 또 그리 겨워하는지

야윈 두 팔로는 햇빛을 가득 안으며
마른 가지마다 톡톡 움을 틔어볼까, 하는갑다
하찮은 바람에도 호들갑을 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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