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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그대 생의 솔숲에서

by 별스민 2016. 5. 4.

 

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용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 날들을 가만히 내려 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 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 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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