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存在)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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