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나무들의 아버지

by 별스민 2018. 2. 14.

 

나무들의 아버지
              윤준경

 

산에 갔더니
나무들이 줄지어 나를 맞았습니다

서어나무 정금나무 층층나무 야광나무
예쁜 이름들을 목에 걸고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습니다

언제 사람으로부터 이런 환대를 받아 보았나요


아그배나무 산뽕나무 물박달나무
호랑버들 왕괴불

내 이름 지으신 이가 떠올랐습니다

추억속에도 안 계신 나의 아버지


다릅나무 모감주나무
졸참나무 물푸레나무...
이따금 세상이 아름다운 건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세상이 어두운 건
준경(俊卿) 처럼 잘 되라고 지어준 이름들이
빛을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무들의 아버지는 누구신가요
참 훌륭한 자식들을 두셨습니다

'♣ 시와 긴글 짧은글 ♣ > 시가 있는 풍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  (0) 2018.02.18
  (0) 2018.02.17
알게될 때쯤  (0) 2018.02.09
겨울 나그네  (0) 2018.02.0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0) 2018.02.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