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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메아리

by 별스민 2015. 11. 24.

메아리
     마종기


작은 호수가 노래하는 거

너 들어봤니

피곤한 마음은 그냥 더 잠자게 하고
새벽 숲의 잡풀처럼 귀 기울이면
진한 안개 속에 몸을 숨긴 채
물이 노래하는 거 들어봤니?


긴 피리 소리 같기도 하고
첼로 소리인지 아코디언인지
멀리서 오는 밝고 얇은 소리에
새벽 안개가 천천히 일어나
잠 깨라고 수면에서 흔들거린다


아, 안개가 일어나 춤을 춘다
사람 같은 형상으로 춤을 추면서
안개가 안개를 걷으며 웃는다
그래서 온 아침이 한꺼번에 일어난다
우리를 껴안는 눈부신 물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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