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와 풍경과 에세이 ♣/시가 있는 풍경

목이 긴 새

by 별스민 2025. 2. 28.

목이 긴 새

      천양희

 

물결이 먼저 강을 깨운다 물보라 놀라 뛰어오르고

물소리 몰래 퍼져나간다 퍼지는 저것이 파문일까

파문 일으키듯 물떼새들 왁자지껄 날아오른다

오르고 또 올라도 하늘 밑이다

몇번이나 강 너머 하늘을 본다

하늘 끝 새를 본다

그걸 오래 바라보다

나는 그만 한 사람을 용서하고 말았다

 

용서한다고 강물이 거슬러 오르겠느냐

강둑에 우구커니 서 있으니 발끝이 들린다

내가 마치 외다리로 서서

몇시간 꼼짝않는 목이 긴 새 같다

혼자서 감당하는 자의 엄격함이 저런 것일까

물새도 제 발자국 찍으며 운다

발자국, 발의 자국을 지우며 난다

'♣ 시와 풍경과 에세이 ♣ > 시가 있는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정  (0) 2025.03.28
노루귀  (0) 2025.03.25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0) 2025.02.25
봄이 왔습니다  (0) 2025.02.25
봄의 사람  (0) 2025.02.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