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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비 내리는 오후 세상을 얼싸안고 .... 김정기

by 별스민 2009. 3. 8.

비 내리는 오후 세상을 얼싸안고

 

 

비가 내리면

우리사는 땅 위로 비가 내리면

안과 밖 특별히 구분없이

내 몸의 세포들이 소리치며 일어나

비 뿌리는 하늘을 향해

부드럽게 각을 세운다

 

수분이 땅을 쓰다듬고

사랑하듯 붓질하기 시작할 때

세상은 이윽고

물기 가득한 정원이 되고 말아

 

내가 이렇게라도 깨어있는 것은

다만 비 때문

나 아직 까지 깨어있는 것은

빗줄기에서 묻어 나오는

사랑 때문

 

세상이 그나마 세상답게 아름다운 곳 이라면

그 황홀한 까닭은

인간 오류들의 위대한 행진 또한

우리 살아있는 동안 내내 포기 말고

울면서 용서해야 하는 까닭은

그 나마 비 때문

빗물이 우려내는 사랑 때문

 

이렇게만 살아다오

비 오는 세상 풍경

가슴 뛰며 구경하듯이

토닥토닥

나를 두드려

늘 깨어있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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