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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사랑의 노숙

by 별스민 2016. 8. 2.

사랑의 노숙

                       조병화

 

너는 내 사랑의 숙박이다

너는 내 슬프고 즐거운 작은 사랑의 숙박이다

우리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인생은 하루의 밤과 같이 사라져 가는 것

견딜 수 없는 하루의 밤과 같은 밤에

우리는 사랑 포옹 결합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인간이다

 

너는 내 사랑의 유산이다

너는 내 온 존재의 기억이다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가난한 인간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그대로 떠나야 하는 생명

 

너는 그대로 있어라

우리가 가고 내가 가고 사랑이 사라질지라도

         너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라

         때오면 너도 또한 이 세상에 사랑을 남기고 가거라

 

        견디기 어려운 외로움과 숨가쁜 밤과 사랑을 남기고

        가난히 자리를 떠나라

        지금 이 순간과 같이 나와 같이

        너는 이 짧은 사랑의 숙박이다

        너는 내 짧은 생존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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