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주용일 ( 1964~ 2015)
고독해 본 사람은 안다
삶이 제 몸 속에
제 이빨 박아 넣는 일이라는 것을
흙벽에 걸린 양파가 제 살 속에
흰 뿌리를 밀어 넣어 푸른 목숨을 부촉하는 겨울
빈들에 눈이 내리고 칼바람이 분다
고독이란 제 자리에서 꿈쩍할 수 없는
요지부동의 형벌이어서
적막한 사방을 위리안치의 몸으로 지켜보는 것 이어서
앞산 봉우리 잔설에도 눈이 시리다
얼음 속으로 잔잔히 흐르는 물소리 쫓아
마음은 가끔 세상을 기웃거리다 돌아오는데
제 몸의 즙액으로 목숨을 견뎌야 하는 이 겨울은
날마다 몸이 마르고 마음이 가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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