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마종기
이 세상 아름다운 사람은 모두
제 몸 속에 아름다운 하나씩의 아이를 갖는다
사과나무가 햇볕 아래서 마침내
달고 시원한 사과를 달 듯이
이 세상 아름다운 사람은 모두
제 몸 속에 저를 닮은 하나씩의 아이를 갖는다
그들이 가꾸어온 장롱 속의 향기가
몰래 장롱 속을 빠져나와
잠든 그들의 머리카락과 목덜미와
목화송이같은 아랫배로 스며들어
이 세상 아름다운 사람은
이 세상의 크기에 알맞는 하나씩의 아이를 갖는다
그들이 가꾸고 싶은 세상은
아침숲처럼 신선한 기운으로 충만하다
그가 담그는 술은 길이 향기롭고
그의 치마는 햇볕 아래 서면
호랑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그의 어깨는 좁아도 그의 등 뒤에는 언제나
한 남자가 누울 휴식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아름다운 사람은 제 몸 속의 샘물로
한 남자를 적시고
세상의 목마른 아이들을 적신다
|
'♣ 시와 긴글 짧은글 ♣ > 시가 있는 풍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르니 행복합니다 (0) | 2012.06.17 |
---|---|
들꽃같이 (0) | 2012.06.14 |
맑은 날 (0) | 2012.05.31 |
그대라 부르고 싶은 사람 (0) | 2012.05.20 |
견디지 못할 사람 (0) | 2012.05.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