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니 행복합니다
전현구
이순에 이르러 청춘이듯 당신께 사랑 편지를 쓰고 있는 나는 누구입니까? 자나 깨나 당신 생각에 변비까지 생겨 똥 한번 시원스레 못 누고 사는 나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300원 짜리 커피를 빼려다 당신 생각에 연수원 200원 짜리 커피 뽑으러 새벽길을 터덜터덜 걸어가는 나는 또 누구입니까? 목련을 보고도 철쭉을 보고도 온통 당신이라 착각하고 사는 나는 또 누구입니까?
초당 소나무 숲에 날아드는 콩새 보고도 개나리 담장 사이로 재잘대는 참새를 보고도 당신이 날 부른다는 환청속에 사는 나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어찌 살면 되겠습니까? 또 내가 누구였으면 좋겠습니까?
때론 모르는 것도 행복합니다 때론 미쳐 사는 것도 행복합니다 더러는 날 잊고 사는 것도 행복합니다 내가 요즘 그리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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