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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모르니 행복합니다

by 별스민 2012. 6. 17.

모르니 행복합니다

                  전현구

 

이순에 이르러 청춘이듯 당신께

사랑 편지를 쓰고 있는 나는 누구입니까?

자나 깨나 당신 생각에 변비까지  생겨

똥 한번 시원스레 못 누고 사는 나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300원 짜리 커피를 빼려다 당신 생각에 연수원

200원 짜리 커피 뽑으러 새벽길을 터덜터덜 걸어가는 나는

또 누구입니까?

목련을 보고도 철쭉을 보고도

온통 당신이라 착각하고 사는 나는 또 누구입니까?

 

초당 소나무 숲에 날아드는 콩새 보고도

개나리 담장 사이로 재잘대는 참새를 보고도

당신이 날 부른다는 환청속에 사는 나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어찌 살면 되겠습니까?

또 내가 누구였으면 좋겠습니까?

 

때론 모르는 것도 행복합니다

때론 미쳐 사는 것도 행복합니다

더러는 날 잊고 사는 것도 행복합니다

내가 요즘    그리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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