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후
이종형
남아 있는 생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받고 싶은 일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뱉어내는 말보다 주워 삼키는 말들이 많아졌다
삶이 낡았다는 생각이 들자 내 몸에 새겨진 흉터가
몇 개인지 세어보는 일이 잦아졌다
반성할 기억의 목록이었다
뼈에 든 바람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두려웠고
계절이 몇 차례 지나도록 아직 이겨내지 못했다
사소한 서러움 같은 것이 자꾸 눈에 밟히지만
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했다
바싹 여윈
등뼈가 아름다웠던 사랑이 떠난
여름 이후
'♣ 시와 긴글 짧은글 ♣ > 시가 있는 풍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 (0) | 2024.08.05 |
---|---|
장마의 계절 (0) | 2024.08.01 |
비 내리는 날이면 (0) | 2024.07.29 |
시가 있는 풍경 (0) | 2024.07.27 |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0) | 2024.07.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