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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오월 소식

by 별스민 2023. 5. 1.

오월 소식

             정지용

 

오동나무 꽃으로 불 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 오리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곤소곤거리는구나.

 

모처럼만에 날아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어

가여운 글자마다 머언 황해가 남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 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어,

하늘과 딱 닿은 푸른 물결 위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맨틱를 찾아갈 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가르치러 간

조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 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오는 듯 머얼리 우는 오르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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