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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by 별스민 2008. 1. 18.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조병화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의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잎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나를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듣지않기 위해서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믿고 당신과 같이 나를 믿어야 했습니다.

 

살아있는것이 하나의 최후와 같이

당신의 소중한 가슴에 안겨야 했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시집 《사랑의 여백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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