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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이 가을에

by 별스민 2022. 11. 17.

이 가을에

​      양현근

이 가을에는 젖은 음표들을 말려야지

지난여름 욕망의 이깔나무 숲을 건너오는 동안

무심코 자라난 귀를 맑게 씻어야지

노역의 상처들을 말리는 동안

아다지오의 여백 속은 참 넉넉하리라

때때로 쉼표를 찍어가며

촉촉한 노래들을 오랫동안 흥얼대리라

지상의 세간들이 따로 노래가 될 수 있다면

산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일 것인가

물빛만 출렁이는

내 발자국 길어 올리는 이 없어도

이 가을에는 당당하게 웃어야지

깊은 뿌리내림으로 당당하게 일어서야지

곱지는 않아도 넉넉한 음색으로

내게 주어진 것들을

흔들림 없이 사랑할 수 있다면

열꽃의 아열대

아, 그 아득함을 건널 수 있다면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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