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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저녁무렵

by 별스민 2019. 8. 14.

저녁 무렵

   도종환​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등켜 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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