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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풍경과 에세이 ♣/시가 있는 풍경1005

나비는 길을 묻지 않는다 나비는 길을 묻지 않는다                             박상옥나비는 날아오르는 순간 집을 버린다.날개 접고 쉬는 자리가 집이다.잎에서 꽃으로 꽃에서 잎으로 옮겨 다니며어디에다 집을 지을까 생각하지 않는다.햇빛으로 치장하고 이슬로 양식을 삼는다.배불리 먹지 않아도 고요히 내일이 온다.높게 날아오르지 않아도 지상의 아름다움이낮은 곳에 있음을 안다.나비는 길 위에 길을 묻지 않는다. 2024. 12. 8.
하얀 겨울에 쓴 편지 하얀 겨울에 쓴 편지                  문희숙 섬진강 너머 외딴집 굴뚝엔돌이엄마 아침밥 하시는지파란 연기 모락모락 피여나고 강기슭따라 산기슭 바위에물새가 앉아있는 나룻배에도하얀 동화 나라같이 아름답다 서울로 떠난 그사람 생각에숙이 가슴이 콩콩 뛰는 것은함박운 내리면 온다고 했는데 긴긴밤 그리움 가득히 담아꿈길로 편지쓰는 하얀 겨울창가엔 함박눈 조용히 쌓인다 2024. 12. 5.
눈 내리는 날 첫눈 오는 날의 시                 정연복 맘속으로 기다리고또 기다리던 첫눈 지금풍성히 내리고 있다.  하늘과 땅 사이의무한 허공 가득 눈송이 송이마다가벼운 춤사위오늘은 나도춤추듯 살아야겠다  삶의 염려와 욕심 따위하얗게 잊고 세상모르는 어린아이 처럼 백설의 순수한 마음 하나만 품고서. 2024. 12. 1.
뒤에야 뒤에야    진계유  고요히 안아본 뒤에야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지난날의 언어가 소란했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 건 뒤에야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쏱은 뒤에야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Elvis Presley -Let It Be Me 2024. 11. 26.
부끄러움 부끄러움     趙炳華인생을 다 산 이 끝자락에서  무슨 그리움이 또 남아 있겠는가만이 외로움은 어디에 끼여 있는사람의 때 이런가참으로 오래도 살아오면서모진 그리움, 모진 아쉬움, 모진 기다림,그 사랑 만남과 헤어짐,희로애락 겪은 내게무슨 미진함이 또 있겠는가만아직도 채 닦아내지 못한 이 외로움은어디에 남아 있는 사람의 때이런가때때로, 혹은시도때도 없이 스며드는 이 외로움아, 이 끝자락에이 부끄러움을 어찌하리. 2024. 11. 24.
가을 전송 가을전송        공석진 가을을 전송합니다화려함 남겨두고빛 바랜 옛 추억을나들 길로 보냅니다 고독을 만끽하세요위태로운 정이 매달린험한 비탈 위정처 없는 낙엽으로이별을 강요하신다면수신을 거절하렵니다 발신자도 없는이름뿐인 천사언제든 떠나려는배낭 짊어진 당신을 기다리느니차라리 양지바른 논둑에 누워아릿하게 남아있는바람꽃 향기를 추억하렵니다 2024. 11. 8.
가을의 침묵 가을의 침묵                이남일 ​인생은 가을볕처럼잠깐 쬐다 가는 것​우리 서로묻지 않으면 침묵하자​만남은 짧게대화도 길지 않게​슬픔 따윈 우리가슴 깊이 묻어두기로 하자 2024. 10. 25.
10월의 시 10월의 시           김사랑살다보니 10월이고길가에 코스모스 피고 바람에 흔들릴때면소녀 처럼 웃고픈 10월이다​꽃을 따서 하늘에 날리고그누가 내마음을 알아줄까?아직도 그리는 이내 사랑은고추잠자린 알아줄까?​중년의 달은 뜨고기러기 울어가는 밤이면내사랑에 단풍이들고내인생도 10월이야 ᆢ​내 인생에 억새꽃 피면흐르는 무정한 세월속에잊지 못할  추억이야 ᆢ 2024. 10. 22.
꽃밭을 바라보는 일 꽃밭을 바라보는 일                    장석남저,꽃밭에 스미는 바람으로서걱이는 그늘로편지글을 적었으면, 함부로 멀리 가는사랑을 했으면, 그 바람으로나는 레이스 달린 꿈도 꿀 수 있었으면,꽃 속에 머무는 햇빛들로가슴을 빚었으면 사랑의밭은 처마를 이었으면꽃의 향기랑은 몸을 섞으면서 그래 아직은몸보단 영혼이 승한 나비였으면내가 내 숨을 가만히 느껴 들으며꽃밭을 바라보고 있는 일은몸에, 도망온 별 몇을꼭 나처럼 가여워해 이내숨겨주는 일 같네. 2024. 10. 14.
코스모스 코스모스       윤동주청초한 코스모스는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귀또리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2024. 10. 14.
하늘 하늘   박두진하늘이 내게로 온다.여릿 여릿머얼리서 온다.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호수처럼 푸르다호수처럼 푸른 하늘에,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가슴으로 가슴으로,스미어드는 하늘,향기로운 하늘의 호흡따거운 볕,초가을 햇볕으론 목을 씻고,나는 하늘을 마신다.자꾸 목 말라 마신다.마시는 하늘에 내가 먹는다.능금처럼 내가 마음이 먹는다. 2024. 9. 28.
마중 마중   안소연  해가 넘어가려 하늘이 노랗게 물들어 갈 때면 나는 너를 마중 나간다  내가 좋아하는 저녁을 차려 놓고 너의 하루 이야기를 기다리며 나는 너를 마중 나간다  잠시 떨어져 있어도 온통 너 생각뿐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너로 더 가득 채우고 싶어서 나는 너를 마중 나간다  너를 맞이하고 우리가 함께 보내는 저녁 시간이 앞으로 그리 길지는 않겠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빠짐없이 나는 너를 마중 나간다 2024.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