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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구절초

by 별스민 2018. 2. 20.

 
            구절초
                       장성열
한평생 청상으로 살다
어느 가을 
첫 서리 내리던 날 새벽
자는듯이 갔다는 부산댁 묘 언저리
이미 깨어있던 맑은 얼굴로
하얀 사연들을 무더기로 쏟아낸다
풀벌레 소리에 몰래 가슴 떨면서
바쁜 걸음으로 내닫는
쌀쌀한 바람의 손목도 잡아봤지만
코스모스 가는 기웃 거림에도 
옷깃 고쳐 여미고 시린 이슬에 
얼굴 씻어 마음 돌려 세우며
순백의 옷고름 
고요한 새벽 달빛에 쏟아지는
서슬퍼런 은빛 다림질로 묶어매고
모질게 엮어보려던 사연의 편린위로
따사한 햇살조각 나누어 내려앉아
켜켜이 묶은 정한의 젖은 얼룩
다독다독 말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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