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폭설이 내려서 소나무 가지가 찢어지는 소리 폭설이 끊임없이 아무 소리 없이 피가 새듯 내려서 오래 묵은 소나무 가지가 찢어져 꺾이는 소리, 비명을 치며 꺾이는 소리, 한도 없이 부드러웁게 어둠 한 켠을 갉으며 눈은 내려서 시내도 집도 인정도 가리지 않고 비닐하우스도 꽃집도 바다도 길도 가리지 않고 아주 조그만 눈송이들이 내려서 소나무 가지에도 앉아 부드러움이 저렇게 무겁게 쌓여서 부드러움이 저렇게 천근만근이 되어 소나무 가지를 으깨듯 찢는 소리를 무엇이든 한번쯤 견디어 본 사람이라면 미간에 골이 질, 창자를 휘돌아치는 저 소리를 내 생애의 골짜기 마다에는 두어야겠다
-장석남의 폭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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