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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노을지는 강변에서

by 별스민 2016. 2. 23.

노을지는 강변에서 한일동 누구라 불러볼 수 없는 이에게 그리움이 낙엽처럼 말없이 쌓이고 소슬바람 이는 어느 들녘 언저리에 앉았다 일어설 때의 뒷맛처럼 스산한 한기가 온몸에 스칠 때면 투박한 중년의 가슴은 짠물에 소금 발 서듯 쓰려온다. 가까이 머물던 수 많은 이들은 저 마다의 생을 향해 총총 걸음으로 길을 떠났고 정을 먹여주던 다정했던 이들은 자취를 감추었거나 세월에 찌들어 애틋할 뿐인데. 포근했던 둥지의 정겨움도 시들해 외로운 가장의 고뇌가 피어날 때면 저 낙조 주위에 떠도는 구름장도 엄숙한 색조를 띤다. 멀리 등 뒤로 급히 달려가는 시간의 날개 돋친 전차 소리에 문득 마음 추슬러 되돌아보니. 광막한 세상에서 바둥대며 수 없는 홀로서기를 반복하는 동안 곱던 얼굴이 많이도 상했구나. 나에게도 초원의 빛처럼 영롱하고 복사꽃 처럼 화사하던 시절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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