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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비 오는 날의 일기

by 별스민 2020. 11. 18.

  
비 오는 날의 일기 
          이정하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요. 
     하루 종일 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이런 날 내 마음은 어느 후미진 
     찻집의 의자를 닮지요.
     비로소 그대를 떠나 
     나를 사랑할 수 있지요. 안녕 그대여, 
     난 지금 그대에게 이별을 고하려는 게 아닙니다. 
     모든 것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지요. 당신을 만난 그날 비가 내렸고, 
     당신과 헤어진 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으니  안녕, 그대여. 
     비만오면, 소나기라도 뿌리는 이런 밤이면 
     그축축한 냄새로 내 기억은 한 없이 흐려집니다.
     그럴수록 난 당신이 그리웁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안녕 그대여,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요. 
     비가 오면 왠지 그대가 꼭 나를 불러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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