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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침묵하는 연습

by 별스민 2019. 10. 17.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 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는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살익은 생각을 담아 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 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 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 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싶다

-유안진의 그리운 말 한마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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