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마종기
무엇이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가.
깊은 산속에서 만난 눈사태,
앞이 보이지 않게
한정 없이 내리는 꽃잎.
눈 내리는 소리는
침묵보다 조용하다.
온몸에 눈 덮고
잠이 드는 나무들.
아름다운 것은 조용하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간단하다.
아직 잠들지 못한 나무는
추위를 많이 타는가.
폭설을 핑계 삼아
기대고 다가서서
아무도 말리지 못하게
서로를 만지는 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큰 눈꽃 떨어지기 시작한다.
조용한 것이 무서워진다.
저녁이 내리는 우리들이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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