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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구 름

by 별스민 2015. 8. 15.

                     구름
                                              조병화
                     내가 네게 가까이 하지 않은 까닭은
                     내겐 내게 줄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내게서 멀어져 가는 까닭은
                     내가 감내할 수 없는 것을
                     너무나 많이 너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영 너를 잊고자 돌아서는 까닭은
                     말려들 아무런 관계도 없는 곳에서
                     어지러운 나를 건져내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혼자 내가 떨어져 있는 까닭은 
                     가진 것도 없고, 머물 곳도 없지만
                     한없이 둥 둥
                     편안하게 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터무니없이 오만한 너의 인간의 자리
                     허영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너의 거드름을 피하여
                     이만큼 떨어져 있는 자리
                     아, 무구한 하늘
                     내가 너를 멀리하고자 하는 까닭은
                     가진 것도, 머물 곳도 없어도
                     홀로 마냥 떠 있을 수 있는
                     넓은 그 하늘이 있기 때문이다
                     그지없이 외롭다 해도
                     한없이 적막하다 해도
                     맥없이 넓은 이 자유
                     내가 영 너를 잊고자 하는 까닭은
                     네게 줄 아무것도 내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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