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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꽃을 위한 서시

by 별스민 2017. 6. 22.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存在)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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