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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줍는 달 가을은 줍는 달 박노해 가을은 그저 줍는 달 산길에 떨어진 알밤을 줍고 도토리를 줍고 대추 알을 줍고 ​ 가을은 햇살을 줍는달 물든 잎새를 줍고 가을 편지를 줍고 가슴에 익어 떨어지는 시를 줍고 ​ 그저 다 익혀 내려주시는 가을 대지에 겸허히 엎드려 아낌없는 나무를 올려다 본다 ​ 그 빈 가지 끝 언제 성난 비바람이 있었냐는듯 높고 푸른 하늘은 말이 없는데 ​ 그래 괴로웠던 날들도 다 지나가리라고 다시 일어서 길을 걷는 가을 가을은 그저 마음 줍는 달 Ernesto Cortazar /Dreaming 2023. 11. 30.
가난한 가을 날에 가난한 가을 날에 박노해 늦은 가을비 내리는 나무 사이를 걸으며 떨어지는 잎들이 그랬다 올 가을은 가난 했다고 단풍조차 다 물들지 못해 미안 하다고 말라 초라한 잎이라도 비 눈물에 고이 펴서 나 바람에 진다고 가물었던 지난 여름 곱게 빛나지도 못한 부실한 내 가을 생애 후회 하는가 후회는 없다 원망도 없다 회한이 있을 뿐 잘 해주고 싶었으나 어려운 날 이었다고 하여 서러 웠다고 너무 늦게 내리는 무정한 빗속에서 흐느끼듯 날리는 단풍잎들이 그랬다 Ernesto Cortazar /Dreaming 2023. 11. 30.
가을 날 고궁에서 2023. 11. 27.
감나무 감나무 함민복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르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잘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2023. 11. 27.
너를 위한 노래 너를 위한 노래 신달자 첫사랑은 아니다마는 이 울렁거림 얼마나 귀한지 네가 알까 몰라 말은 속되다 어째서 이리도 주머니마다 먼지 낀 언어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다 버리고 그러고도 남아있는 한가지 분명한 진실 이 때 아닌 별소나기 울렁거림 네가 알까 몰라 2023. 11. 27.
고궁의 가을 날 2023. 11. 23.
아름다운 모습 지나간 내 청춘의 풍경같은 아름다운 뒷 모습을 담다 2023. 11. 23.
코스모스 늦가을 갑짜기 생각이 나서 찾아간 고잔역 기찻 길 해맑게 피여 날 반기던 사랑스런 코스모스 카메라에 담는 것 보담 그냥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던 하루를 추억하며... 2023. 11. 21.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조 병화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일이 있어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오늘이 지루하지 않아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을 늦춰서 기쁘리. ​이러다가 언젠가는 내가 먼저 떠나 이 세상에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얼마나 행복하리.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날이 가고 날이 오는 먼 세월이 그리움으로 곱게 나를 이끌어 가면서 다하지 못한 외로움이 훈훈한 바람이 되려니 얼마나 허전한 고마운 사랑이런가... 2023. 11. 20.
호수 호수 박인걸 호수에 오면 내 마음이 맑은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고향만큼이나 넉넉하게 받아주기 때문이다. 호수는 언제나 푸근하게 하늘과 구름과 산도 품는다. 산이 저토록 아름다운 건 호수에 몸을 담그기 때문이다. 사납게 뛰놀던 바람도 호수에 이르면 순해 지지만 호수에 비친 내 모습은 아직은 일렁거리고 있다. 호수에 나를 빠트리고 며칠만 잠겼다 다시 나오면 내 마음과 눈동자도 호수처럼 맑아질 것 같다. 2023. 11. 16.
풍경 비에 젖은 날 2023. 11. 11.
바람의 풍경 생각해 보면 내게는 길만이 길이 아니고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이 길이었다 나는 그 길을 통해 바깥 세상을 내다 볼 수 있었고 또 바깥 세상으로도 나왔다 그 길은 때론 아름답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길을 타고 사람을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니 왠일일까 -신경림의 자전에세이집 바람의 풍경 중에서 - 2023.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