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긴글 짧은글 ♣2104 사랑하는 까닭 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白髮)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微笑)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淚)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주검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2023. 7. 20. 하루 내내 비 오는 날 하루 내내 비 오는 날 - 백창우 - 너는 무얼 하는지 이렇게 하루 내내 비 오는 날 너는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언젠가 네가 놓고 간 분홍 우산을 보며 너를 생각한다 조그만 가방 속에 늘 누군가의 시집 한 권을 넗고 다니던 너는 참 맑은 가슴을 가졌지 네가 살아가기엔 이 세상이 너무 우중충하고 너를 담아두기엔 내가 너무 탁하지 몇 시쯤 되었을까 거리엔 하나 둘 등이 켜지고 비는 그치질 않고 너는 무얼 하는지 이렇게 하루 내내 비 오는 날 너는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조동진의 '제비꽃'을 들으며 너를 생각한다 너를 처음 만난 그 겨울엔 눈이 무척이나 많이 내렸지 네 손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네가 꿈을 꾸기엔 이 세상이 너무 춥고 너를 노래하기엔 내가 너무 탁하지 몇 시쯤 되었을까 수채화 같은 창.. 2023. 7. 17. 수국밭의 풍경 모처럼 동생과 조카와 함께 한 제주여행에서 2023. 7. 16. 안양천을 찾아서 지난해 안개꽃과 함께 화려하게 피여있던 안양천의 양귀비가 생각나서 이른 아침 찾은 안양천 올해는 유독 일찍이 피여난 꽃들 양귀비도 예외는 아니어서 피고지고 씨방이 맺혀있는게 더 많다 멀리서 안개꽃인줄 착각하고 부지런히 발길을 옮겨 가까이 가 보니 흐드러진 망초꽃이 가득하다 조금은 실망을 안고서... 2023. 6. 9. 신록 예찬 《신록 예찬 》 손병흥 봄비 그친 뒤 더욱 다가서는 자연이 빚어놓은 연초록 세상 온통 신록 숲 물결치는 계절 경이로운 윤기 흐르는 이파리 녹음 스쳐 오는 바람 향기로움 생기발랄함 넘쳐나는 푸르른 날 점차 짙어져만 가는 푸른 산 풋풋한 사랑 가득 담고픈 마음 2023. 6. 8. 해당화 해당화 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왔나 두려워 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였다고 다투어 말 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체 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꽃을 불러서 경대위에 놓입니다 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되고 셋도 됩니다 2023. 5. 22. 어린이 예찬 어린이 예찬 문재학 연초록 향기가 넘실대는 신록의 바다에 오월의 새싹들이 반짝인다. 가정에는 든든한 희망의 등불로 나라에는 튼튼한 동량(棟樑)으로 무럭무럭 자란다. 험난한 삶의 길도 때 묻지 않은 왕성한 혈기로 번영을 운반하는 시간 위로 달릴 것이다.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샛별 같은 꿈나무들이여 사랑스런 나라의 보배들이여. 2023. 5. 22. 그믐달 아래 정원 이른 아침 망상 해변 산책길에서 보았던 어여쁜 그믐달 2023. 5. 7.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 까지는 - 김영랑 - 모란이 피기 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인 설움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 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2023. 5. 6.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나태주 서툴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어제 보고 오늘 보아도 서툴고 새로운 너의 얼굴 낯설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금방 듣고 또 들어도 낯설고 새로운 너의 목소리 어디서 이 사람을 보았던가 이 목소리 들었던가 서툰 것만이 사랑이다 낯선 것만이 사랑이다 오늘도 너는 내 앞에서 다시 한 번 태어나고 오늘도 나는 네 앞에서 다시 한 번 죽는다. 2023. 5. 2. 오월 소식 오월 소식 정지용 오동나무 꽃으로 불 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 오리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곤소곤거리는구나. 모처럼만에 날아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어 가여운 글자마다 머언 황해가 남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 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어, 하늘과 딱 닿은 푸른 물결 위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맨틱를 찾아갈 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가르치러 간 조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 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오는 듯 머얼리 우는 오르간 소리... 2023. 5. 1. 신록이 깊어지다 지난해 7월 코로나로 고생을 하고난 뒤 숨이찬 증세를 이기려고 구청에서 잘 가꾸어 놓은 그다지 높지않은 산을 찾아 나무데크로 오르막길 내리막길 그리고 꼬부라진 재미난 길을 몇개월째 유산소 걷기운동을 했었다 사정이 생겨 벚꽃이 피고지고 산벚꽃마져 다 져버리도록 오르지 못했던 산책길이 어느새 신록이 짙어 싱그롭다 싱그런 오월... 다시 맘껏 걸어야겠다. 2023. 5. 1.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1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