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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2106

오월 소식 오월 소식 정지용 오동나무 꽃으로 불 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 오리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곤소곤거리는구나. 모처럼만에 날아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어 가여운 글자마다 머언 황해가 남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 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어, 하늘과 딱 닿은 푸른 물결 위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맨틱를 찾아갈 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가르치러 간 조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 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오는 듯 머얼리 우는 오르간 소리... 2023. 5. 1.
신록이 깊어지다 지난해 7월 코로나로 고생을 하고난 뒤 숨이찬 증세를 이기려고 구청에서 잘 가꾸어 놓은 그다지 높지않은 산을 찾아 나무데크로 오르막길 내리막길 그리고 꼬부라진 재미난 길을 몇개월째 유산소 걷기운동을 했었다 사정이 생겨 벚꽃이 피고지고 산벚꽃마져 다 져버리도록 오르지 못했던 산책길이 어느새 신록이 짙어 싱그롭다 싱그런 오월... 다시 맘껏 걸어야겠다. 2023. 5. 1.
어쩌자고 어쩌자고 최영미 ​ 날씨 한 번 더럽게 좋구나 속 뒤집어 놓는, 저기 저 감칠 햇빛 어쩌자고 봄이 오는가 사시사철 봄처럼 뜬 속인데 시궁창이라도 개울물 더 또렷이 졸 졸 겨우내 비껴가던 바람도 품속으로 꼬옥 파고 드는데 어느 환장할 꽃이 피고 또 지려 하는가 ​ 죽 쒀서 개 줬다고 갈아업자 들어서고 겹겹이 배반당한 이 땅 줄줄이 피멍든 가슴들에 무어 더러운 봄이 오려 하느냐 어쩌자고 봄이 온단 말이냐 2023. 4. 30.
봄 길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2023. 4. 30.
그래 그런 거겠지 《 그래 그런 거겠지 》 백창우 1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게 뭐 그런거겠지 새벽녘 어머니의 바튼 기침처럼 그렇게 안타까울 때도 있는거겠지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게 뭐 그런거겠지 장마철 물이 새는 한낮의 짧은 잠처럼 그렇게 어수선할 때도 있는거겠지 아무렴 삶의 큰 들에 고운 꽃만 피었을라구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게 뭐 그런거겠지 2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게 뭐 그런거겠지 해거름 늙은 농부의 등에 얹힌 햇살처럼 그렇게 쓸쓸할 때도 있는거겠지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게 뭐 그런거겠지 겨울밤 연탄불이 꺼진 구들방처럼 그렇게 등이 시려울 때도 있는거겠지 아무렴 삶의 긴 길에 맑은 바람만 불어올라구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게 뭐 그런거겠지 2023. 4. 27.
비 내리는 날의 산책 비가 내리는 날 대공원의 호젖한 겹벚꽃 환한 꽃길을 걸으며 마크로렌즈를 가져오지 않았음을 아쉬워 하며... 2023. 4. 27.
봄이 왔다기에 봄이 왔다기에 윤보영 ​ 봄이 왔다기에 문 열고 나갔다가 그대 생각만 더 하고 왔습니다 ​ 안 그래도 보고 싶은 데 더 그리워서 고생했습니다 ​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대 생각이 봄이고 그대 모습이 꽃이었습니다 ​ 그립기는 해도 그리운 만큼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 받았습니다 ​ 내 안에 그대를 늘 담고 살기를 잘 했습니다. 2023. 4. 15.
봄날에 봄비 내리는 대공원 벚꽃 길에서 우산을 받쳤어도 비 바람에 옷은 온통 젖었지만 환한 봄 풍경에 취해 시간을 잊고서... 2023. 4. 5.
봄날의 풍경 2023. 4. 4.
동해 여행 가족과 동해 여행 중 맑고 푸른 봄 바다를 맘껏 즐기며 파아란 하늘아래 산토리니를 배경으로 서서 2023. 3. 20.
봄 사람 봄 사람 나태주 내 인생의 봄은 갔어도 네가 있으니 나는 여전히 봄의 사람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나 연초록빛 야들야들한 새싹 너를 떠 올리면 마음속에 꽃이 피어나 분홍빛 몽글몽글한 꽃송이 네가 사는 세상이 좋아 너를 생각하는 내가 좋아 내가 숨쉬는 네가 좋아 2023. 3. 16.
제비꽃 옆에 제비꽃 나태주 잊고는 살았지만 아주는 잊고 살았던 건 아니다 해마다 제비꽃 다시 필 때면 그리움 살아오곤 하던 짙은 바다 물빛 뿐이랴 바람에 가늘게 떨면서 흐느껴 울기도했을 것이다 2023.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