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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풍경과 에세이 ♣/시가 있는 풍경

짧은 노래

by 별스민 2025. 2. 14.

짧은 노래

        류시화

 

벌레처럼 낮게

엎드려 살아야지

풀잎만큼의 높이라도

서둘러 내려와야지

벌레처럼 어디서든

한 철만 살다 가야지

남을 아파하더라도

나를 아파하진 말아야지

다만 무심해야지

울 일이 있어도

벌레의 울음만큼만 울고

허무해도

벌레만큼만 허무해야지

죽어서는 또

벌레의 껍질처럼

그냥 버려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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