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91 11월 11월 임성용 감나무 가지에 감 하나 달려있다 오래도록 묵은 세월이 잔가지에 쌓여가는 동안 나도 어느새 손매듭이 굵어졌다 감나무가 저만큼 자라도록 봄이면 꽃을 낳아 가을이면 하늘 흥건하게 기르도록 나는 감나무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어깨가 빠지도록 망치질만 했다 짓무.. 2014. 11. 15. 살다가 문득 - 살다가 문득 - 김경훈 살다가 보면 문득 안부가 궁금해 지는 사람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비켜간 사람 다 읽지도 못하고 접어 버린 신문처럼 그 마음을 다 읽지도 못하고 접어 버린 인연 살다가 보면 문득 그 사람을 다시 한번 만나 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 산다는 것이 그런거야 혼자만의 .. 2014. 11. 12. 세월이 가면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날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나뭇잎.. 2014. 11. 6. 물고기에게 배우다 물고기에게 배우다 맹문재 개울가에서 아픈 몸 데리고 있다가 무심히 보는 물속 살아온 울타리에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돌덩이에 부딪히는 불상사 한번 없이 제 길을 간다 멈춰 서서 구경도 하고 눈치 보지 않고 입 벌려 배를 채우기도 하고 유유히 간다 길은 어디에도 없는데 쉬지 않고 .. 2014. 10. 21. 가랑잎 내리는 가랑잎 내리는.swf0.6MB 2014. 10. 20. 모든 살아있는 생명이 꽃 세상의 아픔을 이겨내지 못한 상처입은 것들 조차도 스스로 아름다워질 때가 있다. 많은 희망들 속에서 서글픈 눈물이 그러하듯 지루함을 이기지 못한 깨달음이 한번쯤은 세상의 꽃들을 사랑으로 바라볼 때 한번쯤은 ...하면서 스스로의 고귀함이 모두의 고귀함으로 가녀린 눈물도 혼자.. 2014. 10. 16. 나는 열아홉 소녀를 사랑했네 나는 열아홉 소녀를.swf0.25MB 2014. 8. 20. 사랑의 殿堂 사랑의 殿堂 윤동주 순아 너는 내 殿에 언제 돌아왔던 것이냐? 내사 언제 네 殿에 들어 갔던 것이냐? 우리들의 전당은 古風한 풍습이 어린 사랑의 전당 순아 암사슴처럼 수정 눈을 내려 감아라 난 사자처럼 엉클린 머리를 고루런다 우리들의 사랑은 한낱 벙어리였다 성스런 촛대에 熱한 .. 2014. 8. 19.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 생에 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고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 2014. 8. 17.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기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 2014. 7. 27.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 2014. 7. 23. 한 잎의 女子 한 잎의 女子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 2014. 7. 7. 이전 1 ··· 53 54 55 56 57 58 59 ··· 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