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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91

노 을 노을 최경윤 나이를 먹는다는건 나를 스스로 물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동그마니 다듬어진 시간의 조약돌 뜨겁게 굴려보는 일 모지라진 꿈들 잉걸로 엮어 꽃씨 불씨 타오르도록 나를 온통 피우는 일 * 잉걸;불잉걸 *불이 이글이글 핀 숯덩이 2015. 2. 15.
먼 산 먼 산 안도현 저물녘 그대가 나를 부르면 나는 부를 수록 멀어지는 서쪽 산이 되지요 그대가 나를 감싸는 노을로 오리라 믿으면서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숨기고 그대의 먼 산이 되지요 2015. 2. 13.
마른 갈대 밭에서 해가 저문 들판에서는 언 땅 풀리는 냄새가 풍기고 지난 겨울에도 꺽이지 않은 마른 갈대가 비로소 허리를 접는다 하늘이 흐린 것은 눈물 탓 눈동자를 벗어나지 못한 메마른 눈물 한 방울을 망각의 강물에 던진다 사랑했던 날들이 있었던가 스러져 가는 노을을 등에 업고 묻는다 - 정낙추.. 2015. 2. 12.
사랑 고백 언젠가 불러야 할 이름이라면 이제 당신을 부르고 싶습니다 가슴에 꼭꼭 새겨야 할 사람이라면 이제 당신을 그리고 싶습니다 때론 머리맡을 쪼는 따가운 태양처럼 강렬한 눈빛으로 이제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 이준호의 사랑 고백 중 에서 - 2015. 2. 12.
갈대 밭에서 갈대 밭에 바람이 사박사박 딛고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리운 지난 날 그대와 둘이서 속삭일 때면 마음 부풀듯이 황홀했건만 안개처럼 희미한 그대는 멀어 꿈길에 묻어둔 분홍빛 그대 얼굴 그 웃음 속삭이듯 전해오지만 따스하던 그 손길 잡을 수 없어 2015. 2. 12.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신 만나러 가느라 서둘렀던 적 있습니다 마음이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 도착하지 않은 당신을 기다린 적 있습니다. 멀리서 온 편지 뜯듯 손가락 떨리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보여 여기에요 , 여기에요 , 손짓한 적 있습니다 차츰 어둠이 어깨 위로 쌓였지만 오리라 믿었던 당.. 2015. 2. 8.
다시 겨울 아침에 다시 겨울 아침에 이해인 몸 마음 많이 아픈 사람들이 나에게 쏟아놓고 간 눈물이 내 안에 들어와 보석이 되느라고 밤새 뒤척이는 괴로운 신음소리 내가 듣고 내가 놀라 잠들지 못하네 힘들게 일어나 창문을 열면 나의 기침소리 알아 듣는 작은 새 한 마리 나를 반기고 어떻게 살까 묻지 .. 2015. 2. 6.
저만치 와 있는 이별 저만치 와 있는 이별 이정하 하루에 한 시간씩 덜 생각하자 합니다 하루에 한번씩 덜 떠올리자 합니다 당신은 모르십니다 그 한 번으로 인해 내 목줄이 얼마나 조여지는지를 그 한 시간으로 인해 내 목숨이 얼마나 단축되는가를 하루에 한 시간씩 덜 생각하자 합니다 당신이 내게 하루에 .. 2015. 2. 6.
2월의 시 2월의 시 정성수 자, 2월이 왔는데 생각에 잠긴 이마 위로 다시 봄날의 햇살은 내려왔는데 귓불 에워싸던 겨울 바람소리 떨치고 일어나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저 지평선 끝자락까지 파도치는 초록색을 위해 창고 속에 숨어있는 수줍은 씨앗 주머니 몇 개 찾아낼 것인가 녹슨 삽과 괭이와 .. 2015. 2. 3.
마흔살의 동화 마흔살의 동화 이기철 먹고 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부는 바람 따라 길 떠나겠네 가다가 찔레꽃 향기라도 스며 오면 들판이든지 진흙 땅이든지 그 자리에 서까래 없는 띠집을 짓겠네 거기에서 어쩌다 아지랑이 같은 여자 만나면 그 여자와 푸성귀 같은 사랑 나누겠네 푸성귀 같은 .. 2015. 1. 26.
낮과 밤 낮과 밤 조병화 나뭇잎 속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너는 내 머리 속을 지나간다. 나뭇잎 속에서 잠을 자는 새처럼 너는 내 머리 속에서 잠을 잔다. 2015. 1. 23.
새처럼 산이라도 깊은 산 설악 그 어디쯤에 살았으면 좋겠네 잠시라도 새처럼 한자리에 못 있는 마음 떠 안고 우르르 우르르 떠돌다 가면 좋겠네 마음 붙잡아 돌아가라 돌아가라 꾸짖는 저 길 이라면 좋겠네 산이라면 좋겠네 물이라도 맑은 물 남해금산 그 어디쯤에 앉았으면 좋겠네 2015.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