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91 망초꽃에 대하여 망초꽃 곽대근 그대 기다리는 빈 들녁에 초록비 하얗게 내린다 쭉정이 몇 알 남은 들녁 모퉁이에도 그리움의 햇살 저 만치 다가오고 가시지 않는 미련 속탄 몸부림친다 그리움은 죄가 아니라며 너그러운 속마음 보인 체 지천에 핀 망초꽃 한낮 뙤약볕 밀려올 땐 흔한 웃음보이며 내면의 .. 2014. 7. 2. 流 謫 (유적) 流 謫 조용미 오늘밤은 그믐달이 나무아래 귀고리 처럼 낮게 걸렸습니다 은사시 나무 껍질을 만지며 당신을 생각했죠 아그배나무 껍질을 쓰다듬으면서도 당신을 그렷죠 기다림도 지치면 노여움이 될까요 저물녁, 지친 마음에 꽃 다 떨구어 버린 저 나무는 제 마음 다스리지 못 한 벌로 .. 2014. 6. 26. 애 인 애인 장석주 누가 지금 문 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 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그대 꿈은 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 세상 동행하는 것 작고 소박한 꿈이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세상의 길들은 끝이 없어 한번 엇갈리면 다시.. 2014. 6. 12. 풀꽃의 노래 풀꽃의 노래 이해인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 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모든 말들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 2014. 6. 11. 사랑하는 까닭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 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 마는 당신은 나의 눈.. 2014. 6. 9. 인연설 인연설 1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 2014. 5. 29. 해당화 해당화 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 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 하였더니 야속한 봄 바람은 .. 2014. 5. 29. 봄잠으로 누워 봄잠으로 누워 이기철 바람같은 것 먼지같은 것 더불고 이 봄을 난다 겨울에 말랐던 꽃들이 피어나는 논둑에 추위 타는 마른 쑥잎 터지는 소리 가다가 멈춰서서 깊은 생각에 잠기는 강물이 얼음 풀고 낱낱이 흩어지는 모래들이 제 모습 감추며 천의 얼굴을 씻어 내린다 헐벗은 것들 많이.. 2014. 5. 23. 노랑제비꽃 노랑제비꽃 詩 정호승 가난한 사람들이 꽃으로 피는구나. 폭설에 나뭇가지는 툭툭 부러지는데 거리마다 침묵의 눈발이 흩날리고 나는 인생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차가운 벽 속에 어머니를 새기며 새벽 하늘 이우는 별빛을 바라보며 나의 사랑하는 인생이 되기로 했다. 희망 속에는 언.. 2014. 5. 15. 사랑하면 사랑하면 조병화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서로 알게 된 것은 우연이라 할 수 없는 한 인연이려니 그러다가 이별이 오면 그만큼 서운해지려니 그냥 기다릴 수 없느 슬픔이 되려니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알게 되어 서로 사랑하게 되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한 운명이라 여겨지려니 이러.. 2014. 5. 12. 나비의 연가 가르쳐 주시지 않아도 처음부터 알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향해 나는 한 마리 순한 나비인 것을 가볍게 춤추는 나에게도 슬픔의 노란 가루가 남몰래 묻어 있음을 알았습니다 눈 멀듯 부신 햇살에 차라리 날개를 접고 싶은 황홀한 은총으로 살아온 나날 빛나는 하늘이 훨훨 날으는 나의 것.. 2014. 5. 8. 서해에서 서해에서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 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해주나 저 사공이 나를 태우고 노저어 떠나면 또다른 나루에 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서해 먼 바다위로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나 떠나가는 배에 물결은 멀리 멀리 퍼져간다 꿈을 꾸는 .. 2014. 5. 1. 이전 1 ··· 54 55 56 57 58 59 60 ··· 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