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91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며 피는 꽃 도 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 2014. 1. 11. 연 륜 연륜 박목월 슬픔의 씨를 뿌려 놓고 가버린 가시내는 영영 오지를 않고 한 해 한 해 해가 저물어 질(質) 고운 나무에는 가느른 가느른 핏빛 연륜이 감기었다. 목이 가는 소년은 늘 말이 없이 새까아만 눈만 초롱초롱 크고 귀에 쟁쟁쟁 울리 듯 참아 못잊는 애달픈 웃녘 사투리 연륜은 더욱 .. 2014. 1. 10. 새 처럼 새처럼 김재진 산이라도 깊은 산 설악 그 어디쯤에 살았으면 좋겠네 잠시라도 새처럼 한자리에 못 있는 마음 떠 안고 우르르 우르르 떠돌다 가면 좋겠네 마음 붙잡아 돌아가라 돌아가라 꾸짖는 저 길이라면 좋겠네 산이라면 좋겠네 물이라도 맑은 물 남해금산 그 어디쯤에 앉았으면 좋겠.. 2014. 1. 5. 꽃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이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 2014. 1. 5. 그래도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 일 이다 그래도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 일 이다 김철진 낡은 수첩속의 희미한 이름이 나달에 지워져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비릿한 포구의 허름한 선술집에서 속눈섭 푸른 그림자 길게 젊은 날 꿈결처럼 울다간 사랑도 이제는 낡은 화면처럼 흐릿하다. 이름을 보며 아무리 애를 써도 떠오르지 .. 2013. 12. 24. 황홀한 모순 황홀한 모순 조병화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 훗날 슬픔을 주는 것을, 이나이에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기쁨보다는 슬픔이라는 무거운 훗 날을 주는 것을, 이나이에 아. 사랑도 헤어짐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한다는 것은 씻어 낼 수 없는 눈물인 것.. 2013. 12. 23. 고른 숨결의 사랑 노래 고른 숨결의 사랑 노래 윤택수 당신은 저가 싫다십니다 저가 하는 말이며 짓는 웃음이며 하다못해 낮고 고른 숨결까지도 막무가내 자꾸 싫다십니다 저는 몰래 웁니다 저가 우는 줄 아무도 모릅니다 여기저기 아프고 아픈 자리에 연한 꽃망울이 보플다가 그쳐도 당신도 그 누구도 여태 모.. 2013. 12. 21.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 2013. 12. 16. 들길 따라서 들길 따라서 나 홀로 걷고 싶어 작은 가슴에 고운 꿈 새기며 나는 한마리 파랑새 되어 저 푸른 하늘로 날아 가고파 사랑한 것은 너의 그림자 지금은 사라진 사랑의 그림자 물결 따라서 나 홀로 가고 싶어 작은 가슴에 고운 꿈 안으며 나는 한조각 작은 배 되어 저 넓은 바다로 노 저어 가고.. 2013. 12. 15. 행복론 행복론 최영미 사랑이 올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 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한 쓸모가 없는 .. 2013. 12. 10. 기차는 빈 그네를 흔들고 간다 기차는 빈 그네를 흔들고 간다 시: 남유정 기차가 건너간 뒤 기적소리 오래 허공에 남아 마을 어귀 느티나무 빈 그네를 흔들고 간다 가물가물 철길은 기적소리를 따라가고 검푸른 숲 그늘로 서늘하게 슬픔이 번진다 너 떠난 뒤 뒷산에서 한나절 뻐꾸기가 울었다 꼬깃꼬깃 접힌 쪽지를 들.. 2013. 12. 9. 지금 고향집에 지금 고향집에 김정호 솔바람 허리 휘어지는 서작골 천수답 거북등처럼 갈라지면 바닥 드러난 웅덩이에 눈물 띄우고 억새 바람에 푸른 숨 돌린다. 초가집 돌담 울타리 안에 싸리비로 마당 쓸던 모습 보이지 않고 그대에 대한 그리움은 하늘로 달려가 노을에 젖어 든다. 청청한 밀밭에 봄.. 2013. 12. 8. 이전 1 ··· 57 58 59 60 61 62 63 ··· 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