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91 가을 엽서 가을 엽서 오랜 세월 사랑으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한 잎 두 잎 익어서 떨어집니다.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 이해인.. 2013. 11. 4. 그대 뒷 모습 그대 뒷 모습 서정윤 그대 아직도 기다리고 있나 그 허무한 기대 나무는 언제나 흔들리고 또한 그많큼 굳건해지지만 그리워 눈감고 바라보는 눈길은 내가 다가 갈 수 없는 먼 하늘 저편 다시 날개가 자라기를 바라지만 내 가슴에 바람은 불꽃속에 넘실대는 그대 뒷모습 더욱 더 흔들리는 .. 2013. 11. 3. 강가에서 강가에서 고정희 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히 내 생을 가로질러 흐르는 유년의 푸른 풀밭 강둑에 나와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 쪽 뚝 떼어 가거라, 가거라 실어 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그 .. 2013. 11. 2. 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서정주님 의 푸르른 날 중에서- 2013. 10. 18. 먼 날 어느 한 날 먼날 어느 한 날 이라도 그 자리 너와 같이 하는 날 있으면 지금 추억함에 흐르는 물같고 생명 날 다 했을 지라도 맑게 밝고 어둠이 있을지라도 아침과 같으리 먼날 어느 한날이라도 그 자리 너와 같이 하는날 있으면 오늘을 추억함에 흐르는 물같고 소망의 보람으로 하여 든든하고 두루 .. 2013. 10. 18. 헤여지는 연습을 하며 헤여지는 연습을 하며 시 : 조병화 헤여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면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 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 2013. 10. 17. 풀꽃의 노래 풀꽃의 노래 이해인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모든 말들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 2013. 10. 9. 선운사에서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 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 2013. 9. 29. 유쾌한 사랑을 위하여 유쾌한 사랑을 위하여 문정희 대장간에서 만드는 것은 칼이 아니라 불꽃이다 삶은 순전히 불꽃인지도 모르겠다 시가 어렵다고 하지만 가는 곳마다 시인이 있고 세상이 메말랐다고 하는데도 유쾌한 사랑도 의외로 많다 시는 언제나 천도의 불에 연도된 칼이어야 할까? 사랑도 그렇게 깊.. 2013. 8. 8. 중년 여자의 노래 - 중년 여자의 노래 - 문정희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이상한 계절이 왔다 아찔한 뽀족 구두도 낮기만 해서 코까지 치켜들고 돌아다녔는데 낮고 편한 신발 하나 되는 대로 끄집어도 세상이 반쯤은 보이는 계절이 왔다. 예쁜 옷 화려한 장식 다 귀찮고 숨 막히게 가슴 조이던 그리움도 오.. 2013. 8. 8. 바람꽃 바람이 우수수 일어서는 저녁이면 가슴속 화인으로 뜨겁게 새겨진 그대 이름타는 목마름으로 수없이 불러내어 비밀의 사랑 가슴에 묻던 날 그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타는 그리움 죄가 된다 해도그대 외로운 이름 내 삶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싶었다 억겹의 시간 돌고 돌아다음 생에서 그대 혹여 만나면 잔설이 채 녹지 않은 땅 순백의 고결함으로 가장 먼저 꽃을 피워그대 뜨거운 이름 위에순한 내 이름 깊이깊이 새겨 넣고 싶다 그대를 그리는 내 사랑의 이름은 영원히 시들지 않고 지지 않는 바람꽃. A:link { text-decoration: none; } A:visited { text-decoration: none; } A:active { text-decoration: none; } A:hover { text-de.. 2013. 8. 8. 의 자 의자 조병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오는 어린분.. 2013. 8. 6. 이전 1 ··· 59 60 61 62 63 64 65 ··· 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