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91 항구 수첩 항구 수첩 이외수 늦은 밤 다실에는 음악이 없었다 한 여자가 흐린 조명 아래서 음악의 부스럭지를 비질하고 있었다 어둠의 바다 정어리 떼의 비늘이 희끗희끗 떠다니고 있었다 바바리 코트를 펄럭이며 한 사내가 방파제 위에 서 있었다 여기는 바다 그대 그리우면 돌아갈 것임 편지 쓰.. 2013. 12. 6. 내게 당신은 내게 당신은 김용택 사랑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요. 이 세상 하고 많은 사람 중에 내 사랑을 이끌어 낼 사람 어디 있을라구요. 2013. 12. 5. 들꽃같이 들꽃같이 이기철 기쁨이거든 시집의 첫 글자 같이 슬픔이거든 늦가을 혼자 핀 들꽃 같이 밝기는 첫 아침 돋아오는 순금 햇빛 같이 정겹기는 살구꽃 만지고 온 동풍 같이 더 멀리도 더 가까이도 아니게 너는 풀꽃만큼 거기서 흔들리거라 밤 새워 아홉 가지 꽃 피워 놓고 혼자 기다리는 뜰.. 2013. 12. 2. 11월의 시 11월의 시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겹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하늘에 걸려 젖은 .. 2013. 11. 30. 사람들은 왜 모를까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 그늘 속에 산벗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 2013. 11. 28. 사랑도 때로는 쉬어야합니다 사랑도 때로는 쉬어야합니다 이준호 사랑도 때로는 쉬어야합니다. 여름 불볕도 소나기에 잠시 흠뻑 적시어 가듯이 꺼질줄 모르는 사랑도 가끔은 개울가에 발놓아 촘촘히 적시어야합니다. 그래서..... 그리워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거짓없이 한사람을 담.. 2013. 11. 27. 애 인 애 인 장석주 누가 지금 문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그대 꿈은 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세상 동행하는 것 작고 소박한 꿈이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세상의 길들은 끝이 없어 한번 엇갈리면 다시는 .. 2013. 11. 22. 꿈 내 손길이 네게 닿으면 넌 움직이는 산맥이 된다. 내 입술이 네게 닿으면 넌 가득찬 호수가 된다. 호수에 노를 저으며 호심으로 물가로 수초 사이로 구름처럼 내가 가라앉아 돌면 넌 눈을 감은 하늘이 된다. 네 눈물이 내게 닿으면 난 무너지는 우주가 된다. -조병화님의 꿈 중에서 - 2013. 11. 21. 들 국 들 국 김 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 헌다요 뭐 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 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 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무슨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 2013. 11. 19. 늘, 혹은 때때로 늘, 혹은 때때로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 2013. 11. 14. 가을에 아름다운 사람 가을에 아름다운 사람 김재진 문득 누군가 그리울 때 아니면 혼자서 하염없이 길 위를 걷고 플 때 아무 것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 만으로도 아름다운 단풍잎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어질 때 가을에는 정말 스쳐가는 사람도 기다리고 싶어라. 가까이 있어도 아득하기만 한 먼산 .. 2013. 11. 12. 벗 하나 있었으면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 그리메 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 2013. 11. 6. 이전 1 ··· 58 59 60 61 62 63 64 ··· 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