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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91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 속에 그 사람이 가득 차 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버리고 그를 따라 나서는 것입니다. - 용혜원의 지금 이 순간 널 사랑하고 싶다 중 에서 - 2012. 9. 11.
다 잊고 사는데도 다 잊고 사는데도 원태연 다 잊고 산다 그러려고 노력하며 산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 가슴이 저려올 때가 있다 그 무언가 잊은 줄 알고 있던 기억을 간간이 건드리면 멍하니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그 무엇이 너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못다한 내 사랑이라고는 한다 2012. 8. 6.
마음의 방 마음의 방 김수우 방문을 열면 그 너른 들판이 펄럭이며 다가와 내 이야기를 듣는 벽이 된다 그저 떠돌던 바람도 귀를 열고 따라 들어온다 . 커피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노라면 나는 잊혀진 왕족처럼 적막한 고독감과 함께 잃을 뻔한 삶의 품위를 기억해 낸다 마음의 4분의1은 외롭.. 2012. 7. 14.
사랑한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양전형 나는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내 안에 있던 철없는 바람이 그만 너를 사랑한다고 나지막이 말해 버렸다 먹구름 가득하고 파도 드센 날이었다 너는 그냥 무심코 나를 보고만 있었으니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러나 혹시 너를 사랑한다는 그 말이 너에게 당.. 2012. 7. 14.
비 오는 호수에서 비 오는 호수에서 이 재호 내가 알고 있는 아픔이란 참으로 별것이 아닌 것을 알면서 비 오는 호수에서 비에 젖으며 비 듣는 세상을 바라봅니다. 고독과 같은 빗줄기가 내 삶 위에 뒤척일 쯤 사람들이 하나씩 호수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마다 초록빛 가로수 또는 고.. 2012. 7. 5.
청포도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 2012. 7. 2.
저녁놀의 성찬 저녁놀의 성찬 이기철 금기는 짧고 방임은 길어라 내 어린 처녀들의 작은 침실에 면사포같은 행운이 찾아오고 꽃다운 신부들은 오늘 밤 첫 아일 가질 채비를 한다 이제 비탄의 노래는 부르지 마라 어둔 하늘엔 별들이 작은 여행을 서두르고 저물수록 어둠들은 서로를 불러 한 식구가 된.. 2012. 6. 26.
접시꽃 당신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 접시꽃 당신 중에서 - 2012. 6. 23.
백치 슬픔 백치슬픔 신달자 사랑하면서 슬픔을 배웠다 사랑하는 그 순간 부터 사랑보다 더 크게 내 안에 자리잡은 슬픔을 배웠다 사랑은 늘 모자라는 식량 사랑은 늘 타는 목마름 슬픔은 구름처럼 몰려와 드디어 온몸을 적시는 아픈 비로 내리나니 사랑은 남고 슬픔은 떠나라 사랑해도 사랑하지 않.. 2012. 6. 21.
모르니 행복합니다 모르니 행복합니다 전현구 이순에 이르러 청춘이듯 당신께 사랑 편지를 쓰고 있는 나는 누구입니까? 자나 깨나 당신 생각에 변비까지 생겨 똥 한번 시원스레 못 누고 사는 나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300원 짜리 커피를 빼려다 당신 생각에 연수원 200원 짜리 커피 뽑으러 새벽길을 터덜터덜 .. 2012. 6. 17.
들꽃같이 들꽃같이 이기철기쁨이거든 시집의 첫 글자 같이 슬픔이거든 늦가을 혼자 핀 들꽃 같이 밝기는 첫 아침 돋아오는 순금 햇빛 같이 정겹기는 살구꽃 만지고 온 동풍 같이 더 멀리도 더 가까이도 아니게 너는 풀꽃만큼 거기서 흔들리거라 밤 새워 아홉 가지 꽃 피워 놓고 혼자 기다리는 뜰처.. 2012. 6. 14.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마종기 이 세상 아름다운 사람은 모두 제 몸 속에 아름다운 하나씩의 아이를 갖는다 사과나무가 햇볕 아래서 마침내 달고 시원한 사과를 달 듯이 이 세상 아름다운 사람은 모두 제 몸 속에 저를 닮은 하나씩의 아이를 갖는다 그들이 가꾸어온 장롱 속의 향기가 몰래 장롱 .. 2012.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