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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2004

칼칼한 동반 칼칼한 동반 - 조 병 화 - 좀 가라앉을 만하면 다시 불어닥치는 칼칼한 바람 한세월을 뜸할 사이없이 계속, 이렇게 모질게 가시길 바라는 것이 잘못이다. 뜬구름처럼 해와 달이 지나가고 밤이면 아름다운 별이 솟는 엄청난 이 천지에서 머지않아 어디론지 사라져 갈 미세한 생명하나 가난.. 2008. 4. 9.
서산나귀의 獨白 서산나귀의 獨白 - 조 병 화 - 얼마나 나는 네게 적응하려 했을까 긴 세월을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골몰하면서 얼마나 나는 네게 적응하려 했을까 비굴일 만큼 창피일 만큼 굴욕일 만큼 참으며, 견디며, 온힘 다하여 그 욕설을 풀며, 삭이며 얼마나 나는 상처진 가슴을 .. 2008. 4. 9.
향수 향수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 2008. 4. 9.
봉숭아 봉숭아 도종환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입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속에 내가 네 꽃입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 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것이냐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 2008. 4. 8.
봄날에 쓰는 편지 봄날에 쓰는 편지 시 :윤석주 눈시울 붉어지는 그리움 때문에 바람은 묵은 가지를 흔들 것이다. 메마른 가슴으로 사랑을 얘기할 수 없어 하늘은 재잘재잘 봄비를 또 뿌릴 것이다. 그러면 뭔가 알겠다는 듯이 잠을 자던 느티나무가 몸을 몇 번 뒤척이다가 드디어 새 이파리를 밀어 올릴 것이다. 돌각담 .. 2008. 4. 7.
당신이 나를 알아볼 때까지 당신이 나를 알아볼 때까지 시: 이 성복 간이 식당에서 저녁을 사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없었습니다 사방에서 .. 2008. 4. 3.
가을밤 가을밤 - 김용택-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 밤에 달빛을 밟으며 마을 밖으로 걸어나가보았느냐 세상은 잠이 들고 지푸라기들만 찬 서리에 반짝이는 적막한 들판에 아득히 서보았느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 있고 저 멀리 강물이 반짝인다 까만 산속 집들은 보이지 않고 담.. 2008. 4. 2.
사랑/김용택 사랑 -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어 몹시 괴로운 날들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 2008. 4. 2.
밤이슬 밤이슬 - 김용택- 나는 몰라라우 인자 나는 몰라라우 하얀, 하이얀 어깨에 달빛이 미끄러지고 서늘한 밤바람 한 줄기 젖은 이마를 지난다 저 멀리 풀잎에 이슬들이 반짝이는데 언제 어디로 갔다가 언제 어디서 돌아오는지 자욱한 풀벌레, 풀벌레 울음소리 아, 저기 저 산 달빛에 젖어 밤새가 우네 달을 .. 2008. 4. 2.
한 사람 한 사람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입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고스란히 남겨두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 2008. 3. 28.
너를 기다리는 동안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시: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 2008. 3. 28.
세월이 가면 -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수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 2008.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