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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91

꽃을 보려면 ..... 정호승 꽃을 보려면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2010. 3. 6.
빈집 .....기형도 2010. 3. 6.
다림질을 하면서 ..... 김서희 다림질을 하면서 김서희 주름진 당신의 시간들을 하나하나 펼쳐본다 꼬깃꼬깃한 셔츠 깃, 소매 자락 고온 열로 쫙 - 쫙 뜨거운 길을 낸다 하얗게 몽쳐진 옹이가 맺혀있어 스쳐 지나는 그 흔적이 아프다 날을 세운다 빳빳이 깃 날을 세운다 물컹하면 견디기 힘든 세상 물기 젖은 당신의 내일에 자존을 .. 2010. 2. 27.
미래의 시인에게 ..... 박희진 미래의 시인에게 박희진 어디서 자라고 있을 너의 고운 수정의 눈동자를 난 믿는다 또 아직은 별빛조차 어리기를 꺼리는 청수한 이마의 맑은 슬기를 너를 실은 한번도 본 일은 없지만 어쩌면 꿈속에서 보았을지도 몰라 얼음 밑을 흐르는 은은한 물처럼 꿈꾸는 혈액이 절로 돌아갈 때 오! 피어다오 미.. 2010. 2. 27.
우편국에서 .... 유치환 우편국에서 유치환 진정 마음 외로운 날은 여기나 와서 기다리자 너 아닌 숱한 얼굴들이 드나는 유리문 밖으로 연보랏빛 갯바람이 할일없이 지나가고 노상 파아란 하늘만이 열려 있는데 2010. 1. 10.
어느 날 .... 유치환 어느 날 시집 [기도가]에서 유 치 환 해 나도 살을 저미는 추운 날이로다 멀리 겨울의 앙상한 수목(樹木)이 보이는 거리는 한가지 적막한 윤리에 연하여 있어 사람들은 저마다 그의 생각하는 길을 가는데 돌같이 얼어붙은 땅에 괭이질 하는 전차 선로공의 소득 없는 노력을 보다가 그 거리를 오늘 나는 .. 2010. 1. 10.
너의 모습 너의 모습 ..... 이정하 산이 가까워질수록 산을 모르겠다 네가 가까워질수록 너를 모르겠다 멀리 있어야 산의 모습이 또렷하고 떠나고 나서야 네 모습이 또렷하니 어쩌란 말이냐 이미 지나쳐 온 길인데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인데 벗은 줄 알았더니 지금까지 끌고 온 줄이야 산그늘이 깊듯 네가 .. 2009. 12. 13.
고향집 어머니의 마당.....김미옥 고향집 어머니의 마당 "꽃 좋아하면 눈물이 많다더라" 그러면서도 봉숭아 함박꽃 난초 접시꽃 흐드러지게 심으셨던 어머니 볕 좋은 날이면 콩대 꺾어 말리시고 붉은 고추 따다 널어두고 풀기 빳빳한 햇살 아래 가을 대추도 가득 널어 말리시며 잡풀 하나 없이 다듬느라 저문 날을 보내시던 고향집 .. 2009. 9. 26.
사랑도 때론 길을 잃는다 .....배은미 사랑도 때론 길을 잃는다 배은미 가을에게 물려버린 마음이 많이 부었습니다 녹차를 마시고 이따금씩 술로도 소독하는데 부은 마음이 가라앉을 생각을 아예 잊은 모양입니다 사랑도 때론 길을 잃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 바람이 일면 길을 잃는 것은 사랑뿐이 아니란 것도... 길위를 걷는 시간이 .. 2009. 9. 25.
슬픈 바람을 주는 여인 ..... 조병화 슬픈 바람을 주는 여인 -조병화 내겐 쉴새없이 슬픈 바람을 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때를 가리지 않고 불쑥 슬픔을 주는 여인이 있습니다 소리도 나지 않으며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며 그 누구에게도 나타나지 않는 바람 나는 이 바람이 불어닥칠 때마다 저린 피를 토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허공에 나.. 2009. 9. 8.
사랑 .....조병화 사랑 - 조병화 시간을 탈출하는 방법을 너만이 알고 있다 시간을 탈출하는 길을 너만이 알고 있다 탈출 불가능한 이 시간속에서 너만이 나를 탈출시킬 수 있는 비밀을 안다. 사랑 사랑은 언제나 서운함 이어라 내가 찾을 때 네가 없고 네가 찾을 때 내가 없음이여 후회는 모든것이 지나간 뒤에 일어나.. 2009. 9. 8.
만남과 이별 ..... 조병화 만남과 이별 - 조병화 만남의 기쁨이 어찌 헤어짐의 아픔에 비하리 나를 기쁘게 한 사람이나 나를 슬프게 한 사람이나 내가 기쁘게 한 사람이나 내가 슬프게 한 사람이나 인생은 그저 만났다간 헤어지는 곳 그렇게 만났다간 헤어져가야 하는 먼 윤회의 길 지금 새로 기쁨으로 만났다 한들 머지 않아 헤.. 2009.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