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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91

꽃을 버릴 때처럼 ..... 조병화 꽃을 버릴 때처럼 - 조병화 꽃을 버릴 때처럼 잔인한 마음이 있으리 아직도 반은 살아 있는 꽃을 버릴 때처럼 쓰린 마음이 있으리 더우기 시들은 꽃을 버릴 때처럼 애처로운 마음이 또 있으리 한동안 같이 살던 것들 같이 지낸 것들 같이 있었던 것들을 버릴 때처럼 몰인정한 마음이 있으리 아, 그와도 .. 2009. 9. 8.
가을비 ..... 조병화 가을 비 - 조병화 무슨 전조처럼 온종일 가을비가 구슬프게 주룩주룩 내린다 나뭇잎이 곱게 물들다 시름없이 떨어져서 축축히 무심코 여기 저기 사람들에게 밟힌다 순식간에 형편 없이 찢어져서 꼴사납게 거리에 흩어진다 될대로 되어라, 하는 듯이 그렇게도 나뭇가지 끝에서 가을을 색깔지어 가던 .. 2009. 9. 8.
가물거리는 그 이름 조차..... 조병화 가물거리는 그 이름 -조병화 만남이 뜸하면 그 얼굴도 멀어지고 그 이름도 뜸해진다 둥근 가을달처럼 떠오르는 그 얼굴 가물거리는 그 이름 그립던 마음도 사무치던 마음도 까칠까칠 저무는 바람아 저물수록 온 몸에 가득히 떠오르는 둥근 그 얼굴 아, 지금은. 2009. 9. 8.
가을.....조병화 가을 -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 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가을 길 - 조병화 맨 처음 이 길을 낸.. 2009. 9. 8.
촛불 앞에서 -촛불앞에서 - 휘민 이토록 질퍽한 정사를 본 적이 없다. 저 소리 없는 침묵의 교태 가장 뜨거운 곳은 공기와 맨살 부비는 겉 불꽃이지만 몸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건 속 불꽃이다. 무시로 흔들려도 불꽃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활시위처럼 단단한 심지와 흐물흐물한 촛농 생(生)과.. 2009. 9. 3.
비가 와도 좋은 날-이외수 비가와도 좋은날 - 이외수 옛사람을 기다리는 동안은 창 밖에 비가 와도 좋다 밤은 넝마처럼 시름시름 앓다 흩어져 가고 자욱한 안개 님의 입김으로 조용히 걷히우면 하늘엔 비가 와도 좋다 세상은 참 아프고 가파르지만 갈매기도 노래하며 물을 나는데 옛사람이 그리울 때만은 창 밖에 주룩주룩 비가.. 2009. 7. 20.
그리움 이란 그리움이란 그리움이란 이런 것 출렁이는 파도속에서 사는 것 그러나 시간속에 고향은 없는 것 소망이란 이런 것 매일의 순간들이 영원과 나누는 진실한 대화 그리고 산다는 것은 이런 것 모든 시간 중에서도 가장 고독한 순간이 어제 하루를 뚫고 솟아오를 때 까지 다른 시간들과는 또 .. 2009. 7. 4.
사랑이 내게로 왔을때 .....김재진 사랑이 내게로 왔을때 .....김재진 사랑이 내게로 왔을 때 나 말없는 나무로 있고 싶었다 길위에 서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 해님은 또 밤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빛고운 열매. 등처럼 걸어둔 채 속으로 가만가만 무르익고 싶었다 다시 사랑이 내게로 왔을 때 나 누구냐고 넌지시 물어보며 감춰둔 그늘 드.. 2009. 6. 18.
저녁에.....김광섭 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처다 본다 밤이 깊을 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009. 6. 15.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 2009. 5. 28.
봄비 ..... 변영로 봄비 변영로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 2009. 5. 21.
인생은 혼자라는 말 밖엔 ..... 조병화 - 인생은 혼자라는 말 밖엔 -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외롭다는 편지를 보내는 것은 사치스러운 심사라고 하시겠지요 나보다 더 쓸쓸한 사람에게 쓸쓸하다는 시를 보내는 것은 가당치 않는 일이라고 하시겠지요 그리고, 나보다 더 그리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그립다는 사연을 엮어서 보낸다는 것.. 2009.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