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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91

6월 ..... 김용택 6월 김용택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무옆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 나는 그대 보고싶은 마음을 주저 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괘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있곤 합니다 느닷 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 이었음을 압니다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 2009. 3. 18.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2009. 3. 18.
꿈밭에 봄마음 ..... 김영랑 - 꿈밭에 봄마음 - 김영랑 구비진 돌담을 돌아서 돌아서 달이 흐른다 놀이 흐른다 하이얀 그림자 은실을 즈르르 몰아서 꿈밭에 봄마음 가고가고 또 간다 2009. 3. 18.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 윤수천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윤수천 깊은 사랑은 깊은 강물처럼 소리를 내지 않는다.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다만 침묵으로 성숙할 뿐 그리하여 향기를 지닐 뿐 누가 사랑을 섣불리 말하는가 함부로 들먹이고 내세우는가 아니다.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감추어지고 깊이 묻.. 2009. 3. 10.
사랑할 때야 비로소 ..... 유인숙 사랑할 때야 비로소 유인숙 사랑할 때에야 비로소 보잘 것 없는 나의 영혼 깊은 산 속 샘물처럼 맑아집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오늘은 까만 동공 속으로 풍덩 빠져들고 그대 곁에서 소망의 하늘 바라보며 숨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저 행복해집니다 가시나무에도 꽃은 피는데 바보처럼 바람.. 2009. 3. 10.
어느 연민의 시간· 2 어느 연민의 시간·2 우리 두 사람이 산책길 호젓한 숲에 들었다가 동시에 요의尿意를 느껴설랑은 나는 여기 소나무 둥치에 몸을 가리고 아내는 저만치 수풀 뒤에 숨어 앉아 일을 보았더랬지 흘낏 돌아보니 아, 거기 이제 마악 져가는 보름달 하나 숲 한 구석이 아연 화안해졌어 그 때 나는 보았지 누가 볼세라 등뒤 옷자락을 끌어내려 부끄럼을 가리는 아내의 이마 위에서 놀란 청설모 한 마리 숨죽이고 숨어서 보는 것을, 아내도 알았을까 때맞춰 소나무들이 뻣뻣하게 서서는 솨아-솨 제 이마를 바람에 흔들어 식히던 것을, 나만이 옛날처럼 아랫도리에 전해오는 저릿함도 가슴에 솟구치는 설렘도 없어 힘없이 떨어지는 내 오줌발이 괜히 서글퍼져서 애먼 돌멩이 몇 개를 숲 저 쪽으로 날렸지 힘이 남아도는갑다고 핀잔은 들었지만 오늘은.. 2009. 3. 9.
재 회 ....김정기 재 회 이제 따스한 봄날이 되어 오시게 햇살가득 머금은 웃음과 함께 남몰래 꾸며둔 꽃길을 따라 열정은 겨울벌판 위에서 아득했던 기억처럼 날리고 기억속에서 아름다운 형상을 되살리는 그대 홀연히 재생하는 은빛 계절 먼 지상의 꼭지점에서 비롯되어 평범한 수면 까지 줄곳 그대를 휘감았던 황홀.. 2009. 3. 8.
비 내리는 오후 세상을 얼싸안고 .... 김정기 비 내리는 오후 세상을 얼싸안고 비가 내리면 우리사는 땅 위로 비가 내리면 안과 밖 특별히 구분없이 내 몸의 세포들이 소리치며 일어나 비 뿌리는 하늘을 향해 부드럽게 각을 세운다 수분이 땅을 쓰다듬고 사랑하듯 붓질하기 시작할 때 세상은 이윽고 물기 가득한 정원이 되고 말아 내가 이렇게라도.. 2009. 3. 8.
푸른 오월 ..... 노천명 푸른 오월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데 하.. 2009. 3. 8.
고 독 ..... 노천명 고 독 변변치 못한 화를 받던 날 어린애처럼 울고 나서 고독을 사랑하는 버릇을 지었습니다 번잡이 이처럼 싱그러울 때 고독은 단 하나 친구라 할까요 그는 고요한 사색의 호숫가로 나를 달래 데리고 가 내 이지러진 얼굴을 비추어 줍니다 고독은 오히려 사랑스러운 것 함부로 권할 수 없는 것 아무나 .. 2009. 3. 8.
안개꽃 ..... 복효근 안개꽃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 2009. 3. 3.
오늘 아침 새소리 ..... 이성복 오늘 아침 새소리 이성복 병이란 그리워할 줄 모르는 것 사람들은 그리워서 병이 나는 줄 알지 그러나 병은 참말로 어떻게 그리워할지를 모르는 것 오늘 아침 새소리 미닫이 문틈에 끼인 실밥 같고. 그대를 생각하는 내 이마는 여자들 풀섶에서 오줌 누고 떠난 자리 같다. ***** 해설 아픔이 살아 있다는.. 2009.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