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91 立春大吉 ..... 이외수 입춘대길 시: 이 외 수 비록 절름거리며 어두운 세상을 걸어가고 있지만요 허기진 영혼 천길 벼랑 끝에 이르러도 이제 절망 같은 건 하지 않아요 겨우내 자신의 모습을 흔적없이 지워 버린 민들레도 한 모금의 햇빛으로 저토록 눈부신 꽃을 피우는데요 제게로 오는 봄인들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2009. 2. 4. 양파를 까면서 ..... 유선철 양파를 까면서 시: 유 선철 안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문이 있다 내 속에 있으면서 겹겹이 저를 숨긴 눈처럼 하얀 깃털의 새 한 마리 울고 있다 시간의 빈 틈으로 사각사각 여문 꿈을 보드러운 속살 사이 책갈피로 접어두면 어느새 바람이 일어 발목을 휘감는데 사는건 매운거다 눈시울 붉혀가며 허접스.. 2009. 2. 3. 빗 장 ..... 김용택 빗 장 시: 김용택 내마음이 당신을 향해 언제 열렸는지 서럽기만 합니다 가민히 있을 수 없어 논둑길을 마구 달려보지만 내달아도 내달아도 속떨림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시도 때도 없이 곳곳에서 떠올라 비켜 주지 않는 당신 얼굴 때문에 어쩔 줄 모르겠어요 무얼 잡은 손이 마구 떨리고 시방 .. 2009. 1. 29. 소리 하나가 ..... 박선희 소리 하나가 박선희 내가 가령 '보고싶어'라고 발음한다면, 그 소리 하나가 너에게로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촘촘히 꿰고 갈까 팽팽한 허공의 긴장 한 자락을 맨 먼저 꿸 거야 그리고 온몸에 푸른 물이 든 불룩해진 욕망을 꿰고 뒤엉킨 고요가 뱉어놓은 아뜩한 통증과 수취인 불명의 길 끊긴 숨.. 2009. 1. 27. 아침마다 눈을 뜨면..... 박 목 월 아침마다 눈을 뜨면 박목월 아침마다 눈을 뜨면 환한 얼굴로 착한 일을 해야지 마음 속으로 다짐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하나님은 날마다 금빛 수실로 찬란한 새벽을 수 놓으시고 어둠에서 밝아오는 빛의 대문을 열어젖혀 우리의 하루를 마련해 주시는데 불쌍한 사람이 있으면 불쌍한 사람.. 2009. 1. 27. 내게는 가장 소중한 그대 ..... 용혜원 - 내게는 가장 소중한 그대- 이 지상에서 내 마지막 숨을 몰아 쉴 때까지 붉디 불게 물든 황혼의 빛깔로 사랑을 물들이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삶은 아름다울 것입니다 고귀하고 소중한 삶이기에 뒤돌아 보아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다 익어 터져버린 석류 마냥 내 가슴의 열정을 다 쏟아내며 .. 2009. 1. 3. 있는 힘을 다해..... 이상국 있는 힘을 다해 詩 이 상 국 해가 지는데 왜가리 한마리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저녁 자시러 나온 것 같은데 그 우아한 목을 길게 빼고 아주 오래 숨을 죽였다가 가끔 있는 힘을 다해 물속에 머릴 처박는 걸 보면 사는 게 다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2008. 12. 17. 이별한 자가 아는 진실 ..... 신현림 이별한 자가 아는 진실 담배불을 끄듯 너를 꺼버릴 거야 다 마시고 난 맥주 캔처럼 나를 구겨버렸듯 너를 벗고 말 거야 그만, 너를, 잊는다고 다짐해도 북소리처럼 너는 다시 쿵쿵 울린다 오랜 상처를 회복하는 데 십년 걸렸는데 너를 뛰어넘는 건 얼마 걸릴까 그래, 너는 나의 휴일이었고 희망의 트럼.. 2008. 12. 3. 나는 잊고자 ..... 한용운 나는 잊고자 시: 한용운 남들은 님을 생각한다지만 나는 님을 잊고자 하여요. 잊고자 할수록 생각하기로 행여 잊을까 하고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잊으려면 생각하고 생각하면 잊히지 아니하니, 잊지도 말고 생각도 말아 볼까요. 잊든지 생각하든지 내버려 두어 볼까요. 그러나 그리도 아니 되고 끊임.. 2008. 11. 15. 저녁강에서 ..... 복효근 저녁강에서 사는 일 부질없어 살고 싶지 않을 때 하릴없이 저무는 강가에 와 웅크리고 앉으면 내 떠나온 곳도 내 가야 할 그 곳도 아슴히 보일 것만 같으다 강은 어머니 탯줄인 듯 어느 시원始原에서 흘러와 그 실핏줄마다에 하 많은 꽃 하 많은 불빛들 안간힘으로 매달려 핀다 이 .. 2008. 11. 15. 상처에 대하여 ..... 복효근 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 2008. 11. 15. 순천만 갈대 숲 ..... 복효근 순천만 갈대 숲 시: 복효근 순천만에 와서 소나무나 참나무숲처럼 갈대들이, 그 연약한 갈대들이 당당히 숲이라 불리는 까닭을 알겠다 그 줄기가 튼튼해서가 아니었다 나이테가 굵어서가 아니었다 바람이 몰려올 적마다 각기 안테나를 길게 뽑아들고 바로 곁에 서 있는 그대를 천.. 2008. 11. 15. 이전 1 ··· 73 74 75 76 77 78 79 ··· 83 다음